‘넌 귀로 듣니? 난 뼈로 느낀다’
얼마 전 뉴욕 한복판에 ‘낮잠 서비스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메트로냅스’(Metronaps)라는 이름의 이 색다른 가게에는 주인이 직접 개발한 ‘낮잠 캡슐’이 있다. 캡슐에는 180도로 펴지는 안락의자가 있는데 규칙적인 진동을 전달하는 장치가 내장돼 낮잠을 원하는 사람이 쉽게 잠에 빠지도록 돕는다고 한다.
요즘 국내에도 진동을 활용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흔히 진동 기능하면 휴대전화부터 떠올리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전기적 신호를 진동의 신호로 바꾸는 골전도 진동자(Bone Conduction Transducer)가 장착된 제품도 눈에 띈다. 이밖에 스피커, 마우스, 게임기, 헤드셋 등에도 진동 기능이 새롭게 구현돼 선보이고 있다. 진동을 테마로 한 아이디어 제품과 이러한 진동제품의 원리 등을 살펴본다.
진동헤드셋, 난청 예방 효과 높아
귀가 없어도 들을 수 있을까. 상식에서 벗어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바로 고막을 통하지 않고 뼈로 소리를 듣는 골전도(Bone Conduction) 덕분이다.
테이프나 디지털 저장장치에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가 평소와 전혀 낯선 소리처럼 들려 당황했던 기억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는 평소 자신이 듣는 목소리는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소리와 골전도에 의해 전달되는 소리가 합쳐진 것이지만 녹음할 경우 한가지 소리만 기록이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골전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예다. 귀를 손으로 막아도 웬만한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골전도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얼마 전 출시된 청각보호 진동헤드셋 ‘웰리’는 이러한 골전도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 제품이다. 웰리는 사용방법이 조금 독특한데, 귀가 아니라 얼굴 측면에 걸치는 식으로 소리를 듣는다. 이는 소리를 고막에 전달하는 일반 헤드셋과 달리 귓바퀴 주위의 뼈를 진동시켜 얼굴 측면부의 청각신경에 직접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골전도 방식의 진동 헤드셋은 헤드셋을 장시간 사용할 때 흔히 발생하는 귀의 통증이나 청력 저하, 난청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장시간 헤드셋 사용이 불가피한 어학학습자나 텔레마케터, 고막이 손상돼 들을 수 없는 난청자 등에게 특히 유용하다. 헤드셋과 리모컨, 본체로 구성돼 있으며 MP3플레이어나 CD플레이어 등 각종 음향기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부가기능과 용도에 따라 3만3,000원~9만9,000원으로 다양하다.
골전도 기술이 최근에 와서 개발된 것은 아니다. 골전도 원리가 발전 가능성에 비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출력이 크기에 비례하는 특성 탓에 관련 제품의 소형화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골전도 기술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건 일본의 이동통신업체인 쓰카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개발하면서 골전도 스피커의 소형화에 성공하면서부터다. ‘TS41’이라 불리는 이 제품은 ‘소닉 스피커’(Sonic Speaker)라는 골전도 방식의 스피커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지하철 역사나 게임센터 등 소음이 심한 곳에서도 상대방의 목소리를 비교적 또렷하게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일본 도시바에서 개발한 ‘프라이비트 소리베개’도 골전도 기술을 응용한 재미있는 제품이다. 버튼형의 골전도 스피커 소자가 내장된 베개와 음원에 접속해 적외선으로 소리를 보내는 송신기로 구성돼 있다. 베개를 베고 있는 사람에게만 소리가 전해지는 만큼 주위사람 눈치 보느라 소리를 줄일 필요가 없다. 헤드폰을 이용할 때처럼 귀를 막지 않기 때문에 전화나 현관 벨소리처럼 주변 소리를 놓칠 염려도 없다.
골전도 원리와는 무관하지만 진동기능을 강조한 제품도 많다. 특히 스피커는 진동기능의 접목이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마켓티즌에서 판매하고 있는 ‘넥폰’은 전통적 스피커의 기준에서 한걸음 벗어난 제품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제품은 목에 걸치듯이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게임의 배경 사운드나 노래 리듬에 맞춰 적절한 진동을 발생시키는 만큼 PC로 음악을 감상하거나 게임을 할 때 더욱 현장감 있는 음감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전방 스피커와 함께 사용할 경우 4채널 서라운드 음향을 만끽할 수 있다. 헤드폰 착용시 느껴지는 답답함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장점. 가격은 3만9,500원이다.
휴대전화에도 응용 확산
사일릭스(www.xillix.co.kr)에서도 볼륨과 진동, 마이크 기능을 통합한 일체형 진동스피커 ‘유비트’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95Hz 이하 저주파 대역의 음향신호에 맞춰 진동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홈시어터와 연결해 영화나 음악을 입체감 있게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요즘에는 진동과 그다지 관련이 없을 듯한 제품에도 진동기능이 장착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로 음향진동 마우스 ‘클릭브이’를 들 수 있다.
이 제품은 오디오센서가 내장돼 있어 PC에 탑재된 사운드카드에서 발생하는 음향신호를 진동과 소리로 바꿔준다. 스피커는 없지만 전용 마우스패드나 테이블 등에 밀착했을 때 마치 우퍼가 달린 것처럼 저음과 진동을 발생시킨다.
마우스를 잡는 강도에 따라서도 음의 크기나 높낮이를 조율할 수 있어 마치 이퀄라이저를 다루듯 세밀하게 진동을 조작할 수 있다. 미묘한 소리변화도 금세 마우스의 진동으로 전해지는 만큼 특히 PC로 게임을 즐길 때 유용하다.
휴대전화나 마사지기 같은 기존 진동제품의 경우 대개 모터에 달린 무게추를 회전시켜 진동을 느끼게 하는 단순한 방식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섬세하고 미묘한 진동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클릭브이 마우스는 다르다. 음향신호를 상하운동으로 바꾸는 스피커 코일 방식의 진동자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 20Hz에서 900Hz 영역대의 소리를 전부 진동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환산할 경우 약 890개의 진동변화가 가능하다. 즉 훨씬 다양하고 입체감 있는 진동 표현이 가능한 셈이다. 실버와 블랙, 다크블루 등 3가지 색상이 있으며, 가격은 3만8,000원(전용 패드 포함)이다. 사운드스케이프 홈페이지(www.sound-scape.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한편 진동기능이 포함된 죽부인도 있다. 청기의료기(www.chunggi.co.kr)에서 개발한 ‘멀티매직 죽부인’은 내장된 전동모터가 적당한 진동을 일으켜 피로회복과 숙면을 돕는다. 런던 국제발명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할 만큼 아이디어를 인정받은 제품. 가격은 19만8,000원이다.
진동 기술이 가장 적극적으로 응용되고 있는 분야로 통신기기를 빼놓을 수 없다. 휴대전화에서 진동은 매우 친숙한 기능이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착신신호로 이용하는 데서 휴대용 엔터테인먼트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휴대전화로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는 사용자가 늘면서 진동스피커를 탑재한 제품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진동스피커는 게임방이나 DVD룸 등에 활용된 장치로 단순히 귀로 소리를 듣는 기존의 감상방식에서 벗어나 소리의 강약에 따른 적절한 진동까지 더해 훨씬 입체감 있는 느낌을 전해준다.
진동스피커를 채용한 대표적 제품으로는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메가픽셀 슬라이드폰(SCH―V540), LG전자의 바 타입 카메라폰(LG―SD860), 그리고 팬택앤큐리텔의 게임폰(PH-S3500) 등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 ‘SCH―V540’은 ‘익사이팅베이스’ 기능을 설정해 놓을 경우 주문형비디오(VOD), 주문형음악(MOD), MP3파일에서 나오는 멜로디의 세기나 속도 등의 미세한 변화에 따라 다른 진동을 발생시킨다. 단순히 음악만 듣는 것과 비교해 훨씬 입체감 있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업체측의 설명이다.
LG전자의 ‘LG―SD860’은 벨소리 멜로디의 강약에 따라 휴대전화가 진동하는 스피커를 채택했다. 사용자가 멜로디의 강약을 직접 느낄 수 있어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부수적 재미를 높였다.
원반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팬택앤큐리텔의 ‘PH-S3500’은 휴대전화로 게임을 즐길 때 상황에 따라 적절한 진동이 발생하도록 설정돼 있다. 마치 콘솔 게임기를 사용하는 듯한 사실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예전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분야가 새로 부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감만족을 추구하는 까다롭고 영리한 소비자들에게 ‘진동’은 흥미를 돋우는 아이템임에 분명하다. 앞으로 어떤 테마의 진동제품들이 등장할지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신철ㆍIT칼럼니스트 believer17@korea.com

